공감도 감기처럼 전염될 수 있을까?


김경옥 숙명여대 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초공감증후군(hyperempathy syndrome)이라는 증상이 있다. 초공감증후군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또는 그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감각을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초공감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주변인의 고통과 쾌락은 물론 피와 같은 상처도 동시에 경험한다. 사실 이 증후군은 실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아프리카계 작가인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Butler)의 SF인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Parable of the Sower)(1993)에 등장하는 것으로 주인공인 로런 올라미나(Lauren Olamina)는 바로 이 초공감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다. 로런은 초공감증후군으로 인해 타인의 고통에 따라 쓰러지거나 기절하기도 하면서 취약한 존재가 된다. 유전적 결함으로 만들어진 초공감증후군은 로런의 세계에서 약점이자 수치스러운 비밀인 동시에 질병으로 여겨진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다. 이 말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보고 서로를 이해하자는 공감의 힘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열과 혐오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타인에 대한 감정을 공유하고 상호 간의 이해와 신뢰를 나누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은 강렬하지만 쉽게 편향될 수 있는 감정이다. 인간은 자기와 같다고 생각하면 무한대의 공감을 하지만 반대편에 대해서는 공감은커녕 최소한의 이해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버틀러는 소설에서 인간에 관한 냉담함과 무관심을 잔혹하게 재현하고 주인공의 극도의 민감성과 대비시키면서 타인과의 단절과 소외가 인간 종말을 가져올 수 있음을 상상한다. 로런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동시에 느낀다면 고문이나 약탈, 폭력 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모두 감기처럼 초공감증후군에 걸린다면 더 이상 서로를 때리고 착취하고 억압하는 비극은 탄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공감세계에서 타자는 더 이상 자아의 존재론적 대립으로 실재하지 않으며 내 이웃이며 내 삶의 일부로 존재한다. 


하지만 초공감증후군을 가질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감에는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이 있다. 정서적 공감이 상대방의 감정을 단순히 느끼는 정서적 변화라면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된다. 갈등과 반목이 심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공감은 단순한 감정이입이어서는 안 된다. 정서적 공감 능력은 쉽게 가질 수 있지만 곧 휘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공생적 얽힘에 의해 살아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세계에 대한 의식적인 이해와 실제로 경험하고 차이점을 인지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바로 인지적 공감이며 갈등과 차별을 줄이는 방법이다. 








김경옥 

숙명여대 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대표저서- 『반영과 굴절 사이: 혐오 정동과 문화 재현』(공저)(2022), 『다시 쓰는 여성학』(공저)(2021)

대표논문- 「콜슨 화이트헤드의 『제1구역』에 나타난 포스트-인종 담론과 좀비서사」(2022)

「SF적 상상력과 종교적 스토리텔링: 『안드로이들은 전기 양을 꿈꾸는가?』와 『유빅』을 중심으로」(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