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미나
퀴어와 페미니즘의 교차성 사유

전혜은 외, 『퀴어 페미니스트, 교차성을 사유하다』(2018) 中
서문, 1장(장애와 퀴어의 교차성을 사유하기), 3장(‘아픈 사람’ 정체성)


발제: 이지형 교수(일본학과)

2020년 9월 4일


『퀴어 페미니스트, 교차성을 사유하다』는 장애-퀴어, 에이섹슈얼리티(무성애), 바이섹슈얼(양성애), 성노동, 트랜스젠더퀴어 등 그간 한국 사회의 퀴어 논의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되어 온 주제를 중심으로 기획된 강좌의 결과물이다.


월례세미나에서는 특히 장애와 퀴어의 교차성, ‘아픈 사람’이라는 정체성에 주목한 전혜은의 글인 1장과 3장을 중심으로 발제가 이루어졌다. 장애와 퀴어의 교차성을 사유한다는 것은, 퀴어인 사람은 당연히 비장애인일 것이고 장애인은 당연히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이성애자일 것이라는 전제를 깨겠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퀴어와 장애를 반목시키는 주요인이 병리화(차이가 병으로 환원되는 것)이지만, 병리화의 낙인이 타자들에게 공통된 억압임을 깨달을 때 역설적으로 병리화가 연대의 가능성과 방법을 모색할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병리화의 전복적 전유를 역설한다.


퀴어와 장애의 연대를 통해 이른바 ‘정상성’은 해체 가능하며 따라서 교차를 실현하는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전혜은은 ‘아픈 사람’ 정체성이라는 새로운 정체성 개념을 제안함으로써 ‘장애인’이라는 이름에 모두 담을 수 없는 ‘아픈 사람’의 위치성에 주목한다.


아픈 사람을 정체성으로 사유하는 작업은 무엇이 쓸모 있고 쓸모없는 것인지를 구별하는 가치 체계를 재편함으로써 ‘인간’의 범주를 급진적으로 재사유하는 과업이 된다. 또한 아픈 사람을 정체성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나는 아픈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때의 그 낯부끄러운 감정, 즉 수치심까지도 함께 끌어안는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혐오’의 기제와 대응 방안을 사유하는 데 시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