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공공장소의 질서: 이방인과 혐오

연사: 최종렬 교수(계명대 사회학과)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이 공공 생활의 장(the field of public life)이라고 불렀던 활동 영역은 대면적 상호작용에 의해 산출되며 ‘함께 어울림의 규범’에 의해 조직된다. 이 장은 우정이나 친숙성과 같은 지배적인 유대가 없는 사회 세계를 조절하는 규범과 이에 대한 실천을 통해 구성되는 공공질서(public order)를 이룬다. 


공공장소에서는 사회적 삶이 ‘정상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공공 생활의 장에 출현하는 이방인들은 모든 것이 정상적인 외양을 지니도록 공동으로 협조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래야만 이방인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삶이 예측 가능해지고 안정적일 수 있다. 이방인들은 서로 가치를 공유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살며 사회질서를 만들고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사회질서는 상대 이방인에게 성스러운 자아를 연출하여 그로부터 인정을 받는 동시에 자신의 성스러운 자아를 연출하는 상대 이방인도 인정해줄 때 가능하다. 


공공장소에 나온 에스닉 소수자는 정상인과 ‘혼합접촉’ 속에 매일을 살아가는 오점자에 비견될 수 있다. 정상으로 여겨지지 못하는 외양은 일종의 ‘오점 상징’이다. 오점 상징을 통해 부정적으로 규정당하면, 공안(公顔, public face)은 손상된다. 우리는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몸 숙어의 폭을 넓히고 종류의 다양성을 고취함으로써 차이를 사소화(trivialize)할 필요가 있다. 즉 차이를 실체화하는 대신 스타일의 차이로 간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노먼 덴진(Norman Denzin)은 체험된 감정을 네 가지로 분류하는데 이에 상응하여 공공장소에서 마주하는 이방인에 대한 혐오에 접근할 수 있다. 


1) 감각적 느낌(Sensible Feelings)은 체험된 몸 안에서 느껴지는 감각 작용이지만, 고의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윌리엄 제임스의 몸 느낌(bodily feeling) 또는 너스바움의 역겨움(disgust), 비장으로부터 나오는 정동(affect)이 그러한 예이다. 

- 몸의 생리학적 차원에서 느껴지는 혐오. 냄새에 대한 역겨움.



2) 체험된 몸의 느낌(Feelings of the Lived Body)은 주체의 몸의 특정 부분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일관된 장에서 총체적인 형태로 몸에 주어지는 느낌이다. 이는 비애, 슬픔, 절망, 행복, 분노 등과 같은 용어로 포획될 수 있는 느낌이다. 

- 상황에 대한 감정적 정의. 상황예절, 표층 연기, 예의바른 무관심, 차이를 사소화하기 


3) 의도적인 가치 느낌(Intentional Value-Feelings)은 감정에 대한 감정, 곧 메타감정으로 해석된 감정을 말한다. 의도적인 가치 감정은 경험 그 자체로부터 분리된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상호작용의 감정적 에피소드를 초월한다. 앨리 혹실드의 감정규칙과 같은 것이다. 

- 혐오 감정에 대한 상징적 대상화. 상징체계. 이방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한국 문화 


4) 자아와 도덕적 인간의 느낌(Feelings of the Self and the Moral Person)은 주체의 자아 안에 기원을 두며, 자아는 자신의 세계와 타자의 세계에 하나의 도덕적 대상으로 자신을 지향할 때 갖는 내적인 도덕적 느낌을 수반한다. 

- 심층 연기. 역치 국면을 함께 체험하며 이겨 나가기 위해서는 심층 연기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