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차 세미나
헤이트(Hate)

최인철 · 홍성수 외 지음, 『헤이트(Hate)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2021)


발제: 박지선 교수(사회심리학과)

2022년 4월 1일 


복합적인 21세기 혐오의 문제는 문화인류학, 철학, 심리학, 법학, 언론정보학, 사학 등 여러 학문 영역을 가로질러 폭넓은 접근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 집단에 과잉의존하게 되면 내집단 애착이 오작동하여 다른 집단에 차별, 편견이 강화되는 외집단 혐오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 좁은 의미의 집단 정체성에 매몰되기보다는 보편적 인류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특히 혐오와 차별은 확산성이 높아 쉽게 전염되는데, 방치되면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여 소수자 집단의 집단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정 집단을 열등한 존재이자 차별받아 마땅한 존재로 규정하는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두고 생산되는 혐오표현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반복적, 사회구조적으로 생산되는데, 특히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온라인상에서의 혐오표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 지배적인 여론과 일치하면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고립의 공포로 침묵하게 되고, 그 결과 지배 여론은 확산되는 반면 소수 의견은 침묵하며 침묵의 나선이 발생한다. 여기에, 자신이 믿는 바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어긋나는 정보는 거부하는 확증편향으로 온라인에서 편향된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집단적인 연대와 조직기반의 공적 대항 표현이 필요하고, 권위를 가진 국가나 공직자 등이 대항표현의 발화자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발언에 반대하는 입장에 연대와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혐오표현이 나오게 된 원인을 본질적으로 진단하고 해결책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나타난 혐오의 역사를 되짚어 현대 사회의 혐오를 고찰하는 거울로 삼아, 혐오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와 용기에 대해 논의하며 혐오의 시대에 우리들의 대응과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한국인은 홀로코스트를 바라보면서 희생자에 대한 애도, 공감과 함께, 양심의 목소리에 따라 누군가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열방의 의인들을 생각하며 감수성을 기를 수 있다. 집단 정체성은 그 자체가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고, 민족 정체성은 절대적이고 고유하고 변화할 수 없는 것이 아니므로, 집단 정체성이 인류 역사와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와 같은 위기 시에 희생양을 찾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데,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양을 만드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혐오는 그 자체로 나의 안전과 행복을 해하는 나쁜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인류로서 갖고 있는 공통성과 보편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혐오의 본질은 우리와 그들(us vs them)의 이분법으로, 다른 사람을 자신과 비슷한 존재로 보지 않고 고유한 개인성을 무시하며 낮춰보는 것이 문제이므로, 내집단을 지나치게 배타적으로 사랑하게 되면 다른 집단을 차별하고 혐오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온라인에서도 혐오는 용납될 수 없고, 오프라인의 다른 한 면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