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능력주의와 외로움



연사 : 김만권 교수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21세기에 본격적으로 가속화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사회적 분배의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그 자체에 양극화 분배를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배적인 기술이 빨리 발전할수록 그것을 따라잡는 사람의 숫자가 점점 작아질 뿐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경제적으로 독과점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지구적 차원에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된 능력주의는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능력주의가 ‘소수의 능력 있는 자만이 자격이 있다’는 섭리론과 함께, 능력주의가 그어 놓은 선을 넘어서지 못하는 대다수를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자로 만들어 사회적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는 부도덕한 자로 만드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능력주의에서 비롯된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는 ‘자기 책임의 윤리’의 지배 아래 성장한 청년 세대들이 사회적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종래에는 외로움에 빠져드는 현상이 지구적 차원에서 확산하고 있다. 집단적 외로움이 전체주의를 만들어낸 20세기의 경험, 여기에 더해 집단적 외로움이 21세기 우파 포퓰리즘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분석은 이 외로움에 민주주의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