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세미나
언캐니, 강박적 아름다움
프로이트, 「두려운 낯섦 Das Unheimliche, The Uncanny」 (1919)
핼 포스터, 『강박적 아름다움』(1993)
발제: 한의정 교수(충북대학교)
2021년 7월 2일
프로이트는 「언캐니」(1919)에서 미학이 단순히 미(美) 개념, 아름답고 매력적인 감정과 그 대상들만 다룰 것이 아니라, 기괴함, 공포, 두려움의 감정과 그 발생 조건, 그리고 그것을 불러일으키는 대상 역시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프로이트 이전 옌취(E. Jentsch)에 의해서 주체가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지적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감정으로 규정되었던 언캐니는 프로이트에 의해 “억압된 것의 회귀가 불러일으키는 낯설고 두려운 감정”으로 재규정된다.
프로이트는 호프만(E.T.A.Hoffman)의 『모래 인간』에서 주인공이 느낀 ‘눈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공포를 거세 불안의 변형으로 읽어내며, 원초적 나르시시즘 이후 경험하는 분신(分身) 모티프, 동일한 것의 반복 강박, ‘사악한 눈’에 대한 공포, 애니미즘과 관련된 신봉, 신경증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여성의 성기, 꿈 속의 데자뷰 공간, 죽은 자의 생환, 귀신 및 유령의 출몰 등을 모두 언캐니의 사례들로 나열하고 있다.
우리는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 차원에서 분석한 언캐니를 사회 집단의 차원에서 해석할 여지가 있는지, 언캐니가 혐오 감정과 어떠한 관련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미국의 미술사학자 핼 포스터(Hal Foster)의 『강박적 아름다움』(1993)도 참고하였다. 포스터는 오토마티즘과 꿈으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를 프로이트의 언캐니로 다시 읽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억압된 것이 통일된 정체성, 미학적 규범, 사회의 질서를 파열시키면서 복귀하는 사건들에 대한 관심이 초현실주의에 내재해 있다고 본다. 특히 한스 벨머(Hans Bellmer)의 <인형> 작업이 보여준 도착과 위반의 힘, 사도마조히즘적 표현은 프로이트의 승화보다는 바타유의 탈승화로 연결되며, 조각난 인형의 신체가 보여주는 섹슈얼리티와 죽음과 같은 여성적 힘은 무장한 파시스트 남성 신체와 심리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생물/무생물, 삶/죽음이 뒤섞인 언캐니한 혼란을 보여주는 마네킹, 자동인형, 밀랍상은 초현실주의자들이 자주 소환했던 이미지 레퍼토리다. 포스터는 기계 생산품이 인간의 유령 같은 분신으로 등장하고, 노동자는 기계의 보철물이 되어가는 물화(物化) 현상 속에서 이들이 언캐니를 나타내는 암호가 되어간 것으로 읽어낸다. 이러한 역사적·사회적 코드로 언캐니를 파악하는 포스터의 방법론은 우리 시대 혐오 연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봇 연구에서 말하는 언캐니 밸리, 리얼돌을 둘러싼 젠더 전쟁 등의 사례에서 보이듯 비인간 사물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언캐니는 혐오 정동의 기저에 작동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