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사 : 이광석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지털문화정책 학과)
본 강연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기술 폭식 사회’로 규정한다. 기술 폭식 사회는 한마디로 성장과 발전 욕망으로 인해 포만감을 모르는 후기 자본주의 체제의 특징이 되고 그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신기술을 주로 도구화 한다. 한 사회가 기술 폭식에 이르면 자기조절이 불가한 기술 과잉 현상과 심지어는 디지털 독성을 야기하고 그 후유증이 사회와 자연 생태에 폭넓게 상흔을 남기게 된다.
실제로 우리는 디지털 신기술의 도입 과정에서 크게 다치거나 누락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고려에 무심했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신기술 선점과 경쟁력 확보를 통한 발전의 효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컸다. 이 강연은 과연 오늘날 기술 폭식 과정에서 유령이 된 존재들이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가령, 인류세 징후로 다치고 죽임에 처한 ‘기후난민들’, 쓸모와 사용가치가 소진되지 않았음에도 ‘계획적 노후화’로 폐기되는 수많은 좀비미디어, 인간에 의해 생산되고 버려지는 퇴물의 인공지능 기계 로봇들, 기술 대체 효과로 인해 사라지는 화석원료 기반 노동자들, 빠른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 노약자들, 알고리즘 노동통제에 다치는 플랫폼노동자들, 별점과 평점에 의해 좌우되는 소상인들, 희귀금속 채굴로 고통받는 글로벌 남반구 아동들, 플랫폼 자동기계에 예속된 유령노동자들, 가부장적 기술 권력에 노출된 여성과 성적 소수자들, 비윤리적인 생명공학으로 탄생한 돌연변이 생명체들, 공장형 축산과 집단 폐사에 신음하는 동물과 선주민들 등이 혐오의 대상이자 비가시적 유령의 존재처럼 취급되고 있다.
본 강연에서는 바로 자연-사회 생태에 걸쳐 사회 안전과 돌봄 기제로부터 내쳐진 이들인 (비)생명 약자들의 생태 정치학을 복원하고자 한다. 기술 폭식 과정에서 다치고 사라진 이들이 누구인지를 찾아 발굴하고 그들 자율의 호혜적 연대와 다른 삶을 구성하기 위한 ‘넝마주이 정치학’을 제안하고 있다. 곧 이는 자본주의적 소외와 기술 폭식의 현장과 추방당한 유령 주체를 호명해 드러내고, 그들 사이의 보다 평평한 돌봄과 생태 정치적 연대의 길을 찾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