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문교양총서 출간
저자인 김경옥(HK연구교수)는 여성 SF를 통해 혐오 극복과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 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단은 첫 번째 인문교양총서인 『익숙하지만 낯선 여성 SF』를 출간하였다. 『익숙하지만 낯선 여성 SF』는 여성작가와 페미니스트 SF를 다양한 키워드를 가지고 읽음으로써 SF의 가능성과 의미를 발견하고자 기획되었다. 이 책은 SF와 페미니스트 SF의 정의와 역사를 살펴보는 1부와, 2부 키워드로 읽는 SF로 구성되었다. 2부 키워드로 읽는 SF는 젠더, 사이보그, 외계인,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뱀파이어와 좀비, 포스트 아포칼립스, 기후위기의 주제로 주요 작품을 분석한다.
2. 《횡단인문학》 17호 발간
학문 횡단적 연구를 지향하는 우리 연구소 학술지 《횡단인문학》 17호가 지난 6월 30일에 발간되었다. <포용적 공동체: 다중 위기 시대, 상호의존과 상생의 모색>을 특집 주제로 하여, 코로나 팬데믹과 전쟁으로 발생한 지구적 다중 위기 상황에서 혐오와 갈등을 넘어 공감하고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논고들을 모았다. 크리스티안 호프만의 '헤겔의 변증법적 관점에서 본 포용적 공동체로의 전환과 교육', 박승억의 '인식틀 전환의 화용론적 효과: 주체성의 빈곤과 돌봄 문제', 황임경의 '면역성과 취약성의 교차적 관점에서 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생명/삶의 정치: 의료와 공중보건을 중심으로', 김대현의 '서울가정법원의 창립과 “사회재판소”의 탄생: 소년비행 및 이혼조정에 따른 내부 인종주의 실천을 중심으로', 김혜윤의 '할리우드 SF 영화 속 아시아 인종주의 담론 비판 그리고 대안적 공동체의 가능성 탐구: 영화 <크리에이터>(2023)을 중심으로' 이렇게 다섯 편으로 특집을 편성하였고, 그 외에 한국어교육, 미학, 대중문화, 지역 연구, 일본현대문학 에 관한 연구 등 총 10편의 논문이 게재되었다.
3. 정기학술대회 <비인간혐오와 그 너머> 성료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단은 지난 6월 21일 제11회 정기학술대회 <비인간 혐오와 그 너머: 한국에서 동물, 사물, 기계와 함께 살기>를 성황리에 마쳤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와중에 출범한 HK+사업단은 급속한 감염병 확산이 낳은 불안과 불신, 그리고 다양한 갈등을 목격하면서 우리 삶에 잠재된 혐오의 분출을 분석해왔다. 그리고 이제 혐오를 넘어 공감하며 공존하는 삶의 모습을 탐색하고 있다.
지금도 팬데믹의 후유증은 참혹한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지구적 불안정성은 기술 패권주의를 더욱 강화할 뿐만 아니라 국가별 기후변화 정책을 퇴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 기술 생태계의 패권을 독점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가속화에서, 칩과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차별적인 기술정치가 지역 간 갈등과 위기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인류세 문제와도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러한 얽힘의 한가운데서 인간과 비인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관점들을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비인간, 동물권, 인류세, 인공지능 등의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국내 전문연구자들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기조 강연 「돌봄의 새 지평: 포스트휴먼 돌봄은 포스트휴머니즘을 곤경에서 구할 수 있을까?」에서 박인찬(숙명여대 영문학과)은 인간주의의 글로벌화 전략에서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비인간에 대한 관점을 비판하고 포스트휴머니즘의 ‘돌봄’ 개념을 인간이 비인간과 맺을 새로운 관계로 제안했다. 이재준(숙명여대 인문학연구소)은 「한국에서 비인간론의 동향과 혐오 연구의 과제」에서 ‘비인간 전환’(2012)을 계기로 성립한 비인간론에서 포스트휴머니즘, 신유물론, 미디어물질주의 등의 상호 영향을 이론적으로 매핑하고, 2000년 이후 한국 학계에 급속히 수용된 비인간론의 연구 동향을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문화, 과학기술 등 분야별로 분석했다.
「동물의 도덕적 지위 문제에 대한 공리주의적 접근」에서 김성한(전주교대 윤리교육과)은 고통의 감성에 대한 공리주의 전통적 논증에 내재한 쟁점들을 제시하고 동물권과 동물해방을 옹호했다. 「인공물, 연합 환경, 폐기물: 인류세 시대에 다시 보는 한국의 거대 간척사업」에서 경혜영(숙명여대 인문학연구소)은 일제 강점기 이래 추진된 한국의 대규모 간척 사업 역사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연합 환경이 훼손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비인간의 배제를 비판하기 위해 에코 페미니즘의 관점을 끌어왔다. 최석현(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은 「KARV 또는 기술에 대한 사랑: 1990년대 한국에서 자율주행자동차 만들기」에서 1970년대 파리 자동 지하철 시스템을 분석한 브뤼노 라투르의 논의를 토대로 1990년대 한국 최초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와 개발을 해석했다. 이상의 연구 발표와 함께 한의정(충북대), 황설중(대전대), 예지숙(숙명여대), 김현준(서교인문사회연구실) 등이 지정 토론을 맡아 각 발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비인간 혐오는 근대 탈신화화와 자본주의화를 통한 인간중심적인 세계의 구축 과정에서 행해진 타자화의 양상이다. 이번 정기학술대회는 이러한 혐오를 비판적으로 극복하고 인간과 비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제시함으로써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근본적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