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 세미나
탈감정사회

스테판 메스트로비치, 『탈감정사회』(2014)


발제: 하홍규 HK연구교수

2021년 8월 6일 


크로아티아계 미국인 사회학자 스테판 메스트로비치(Stjepan Gabriel Meštrović)가 제시한 <탈감정사회>는 ‘지성화되고 조작되고, 대량생산된 기계적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를 말한다. 저자는 “탈감정사회는 기계 숭배의 확장이며, 따라서 감정은 맥도날드화되고, 무정해지고, 판에 박힌 것이되거나, 아니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왔다. 기계화는 그것의 제국주의적 영역을 기술과 산업으로부터 확장하여 자연의 마지막 요새, 즉 감정을 식민화해왔다.”고 말하면서, 기계화의 승리를 선언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예전 같으면 마음을 움직이고 흥분시키고 열정적으로 반응하게 했을 사건들과 위기들에 더 이상 감정적으로 진정한 반응을 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문화 산업에 의해 미리 가공되어 합리적으로 질서지어진 인위적 감정만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현재는 자발적인 감정의 원천이 될 수 없고, 과거로부터 빌려와 제조된 감정만이 현재의 감정 동학을 이룬다. 대량학살처럼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연민을 느낄 만한 사건도, 제조되어 전달된 감정을 느끼게 하기때문에 텔레비전을 통해 그 사건을 목도한 사람들은 극도의 혐오감, 동정심, 공포 등 여러 감정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 감정들이 어떠한 행위로도 전환되지는 않는다.


메스트로비치는 이러한 ‘탈감정사회’ 개념으로 현대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오늘날의 사회는 제조된 가짜 감정들로 충만하고 또 사람들이 그러한 감정을 소비하는 사회이다. 진정성이 결여된 둔감한 사회이며, 감정적으로 매우 빈곤한 사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접적인 감정의 관음증적 소비자로 변형되었고, 더 이상 자유, 공격의 중단, 법의 지배 등과 같은 어떤 하나의 가치에 헌신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자기 생존만이 사람들에게 유일한 가치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진정성 있는 연대적 감정을 어떻게 생성할 수 있을까? 탈감정사회라는 비관적 전망을 넘어서 사랑과 동감과 공감이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금 흥분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