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노포이에테스 덴티로스트리스: 동물로부터 공생에 대해 배우다


경혜영(숙명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스케노포이에테스 덴티로스트리스(Scenopoeetes dentirostris)라는 새가 있다. 이 새의 학명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면 ‘무대제작자 이빨부리’인데, 바우어새(Bowerbird)과에 속하므로 ‘이빨부리 바우어새’라 불린다. 이 새가 만드는 무대는 곧 자기의 영토이다. 땅 위에 자른 나뭇잎을 뒤집어 옅은 색이 위로 가게 놓고, 이 무대 뒤쪽에 있는 횟대 모양의 나뭇가지에 올라가 자기 영토의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새가 영토의 노래 전곡(full song)을 부를 때, 자기의 고유한 음과 노래 사이에 다른 종 새들의 음을 끼워 넣어 부른다는 것이다. 새들은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영토를 표시하기 때문에 다른 새의 노래가 편입된다는 것은 그들의 영토가 일부 겹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스케노포이에테스는 그저 다른 새의 노래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 새와의 공생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모차르트가 연습하고 있을 때 새가 날아와 방금 연주한 멜로디의 일부를 따라 불렀다는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지금까지 우리가 그 새의 모방력이 뛰어나다고만 생각해왔다면, 이제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혹시 이들 사이에 어떤 공생이 있었다고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새들이 다른 새의 음이나 반복적으로 들리는 소리를 따라 부르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는 하지만, 스케노포이에테스처럼 자기의 영토 노래 전곡에 다른 종의 노래를 받아들이는 일은 드물 수도 있다. 그런데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만일 그 새가 스케노포이에테스처럼 모차르트의 멜로디를 자신의 영토 노래 전곡에 끼워 불렀다고 가정한다면, 그 새는 아마도 모차르트를 다른 종의 새라고 여기고, 모차르트의 멜로디를 그의 영토의 노래로 인식하여, 모차르트와의 공생을 표현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천 개의 고원』에서 들뢰즈-과타리(Gilles Deleuze & Félix Guattari)는 스케노포이에테스의 경우를 ‘종 상호 간 기생(寄生) 유형의 배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기생 유형의 배치는, 그저 기계적 총합에 불과한 공존 개념보다 훨씬 강한 결합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초래한 대멸종의 문제를 염려하면서 인간과 다른 생물종의 공생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스케노포이에테스 덴티로스트리스는 공생과 기생 유형의 삶의 방식을 인간적 방식이 아니라 동물의 영토적 상호 편입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 새는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발간하는 Red List에 멸종위기에 가까운 생물종으로 보고되어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https://en.m.wikipedia.org/wiki/Tooth-billed_bowerbird)












경혜영

숙명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주요 논문으로는 「코기토의 시간: 미셸 투르니에의 초기 타인 이론과 코기토 분석에 관한 연구」(2023), 

「몽테뉴의 우연 긍정과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 행복 정치 비판을 위한 몽테뉴의 철학 연구」(2022), 

「브라이도티와 들뢰즈의 물체적 주체: 스토아주의의 물질적 주관성에 기반한 고찰」(2019)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