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육성희 교수 (공동연구원)
조앤 라모스(Joanne Ramos)의 데뷔작 『더 팜』(The Farm 2019)은 자본주의 미국사회에서저개발국 여성이 개발국의 재생산 노동을 담당하는 재생산 노동의 국제적 분업을 전면적으로다루고 있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미국으로 이주한 라모스는 신생아 보모나 유모,가정부, 청소부로 일하는 다수의 필리핀 사람들과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남미, 카리브해, 다른아시아국가 출신 여성들의 삶을 알게 되면서 “인과응보와 행운, 동화와 타자성, 계급과 가족과 희생” 등의 주제를 본 소설에서 다루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특히 한 잡지에서 인도의 대리모 서비스 광고를 접하고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회상하는데, 프린스턴 대학에서 문학사를전공한 후 금융 및 언론 분야에서 근무하던 작가의 관심을 사로잡은 주제는 다름 아닌 미국사회에서 주로 이주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는 재생산 노동에 해당한다.
재생산 노동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노동, 즉 생산적인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으로청소, 세탁, 요리, 아이/노인 돌봄 등과 같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들을 모두 포함한다. 1970년대에 촉발된 ‘가사노동의 임금화 운동’으로 육아, 가사 도우미, 노인돌봄 서비스와 같은 일부 재생산 노동은 임금노동으로 편입되고 산업으로 재구조화되었지만, 여전히 여성이 수행하는 가사노동의 많은 부분이 임금으로 지급되지 않는 부불노동에 해당한다. 또한 초국가주의 시대의 자본, 사람, 정보, 문화 등의 흐름은 전통적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도 영향을미치어, 간호사와 간병인의 국제 이동이나 국제결혼이주자, 부국에서의 해외입양, 보조생식기술을 통한 재생산 등의 주제를 재생산 노동의 영역에서 재고하게 한다.
특히 초국가주의 시대의 재생산 노동의 국제 이동은 개발국과 저개발국 간의 불평등한 관계가 글로벌 생산뿐만 아니라 글로벌 재생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보여주는데, 이는 라모스의 소설에서 필리핀에서 이주한 여성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신생아 보모, 가사 도우미, 청소부의 역할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본 연구는 소설이 재현하는 재생산 노동 중 신생아보모와 대리모에 집중하여 미국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리핀 이주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는 재생산 노동을 통해 재생산의 국제적/인종적 노동 분업을 살펴보며, 이를 통해 “이주가사노동자(가) 다른 사람의 자녀를 키우는 한편으로 자신의 자녀들은 또 다른 여성의 돌봄에 맡기는 구조”인 글로벌 돌봄의 연쇄작용을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