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하홍규 교수 (HK 연구교수)
사람이 혐오의 감정을 느끼는데 감각이 특별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혐오는 감각과의 관련 속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즉, 혐오는 감각에 기반을 둔 감정으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이 발표는 특별히 혐오를 미각과의 관련 속에서 (신경생리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사회학적으로 기술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맛보기(tasting)은 외부자극에 대한 단순한 수동적 반응이 아니라 맛을 보는 사람에 의해 수행되는 성찰적 행위이다. 또한 감각하기(sensing)는 대상을 향한 지향적(intentional) 과정으로서, 사회화, 상호작용의 사회적 규칙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회적 관행(social practice)이다. 사회학적으로 미각과 혐오의 문제에 접근할 때, 음식의 상징성을 고려해야 한다. 즉,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은 섭취 대상의 내적 속성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정의와 관련된다.
나아가 먹기 행위는 혐오전략으로서 행해질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을 하던 곳에서 이른바 ‘폭식 투쟁’을 했던 사람들, 이슬람 사원 공사가 진행되던 대구시 북현동의 거리에서 ‘수육잔치’를 벌였던 사람들은 먹기를 통해 혐오를 표현했다. 타자에게 금지된 것을 적극적으로 먹음으로써 타자에 대한 혐오를 표현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