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이행미(HK연구교수)
이번 연구 발표에서는 최근 한국소설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로 인한 이동과 난민의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기후 위기 시대의 새로운 삶의 방식과 사회에 대한 상상력에 대해 논의하고자 했다. 기후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며, 정치, 경제,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기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종말론적 상상력으로만 다루는 것은 비관과 체념을 낳아 현실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 수 있다. 문학의 언어는 기후위기를 경고하고 기록하는 것을 넘어 독자들이 더 나은 삶의 방식과 미래를 위해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공존과 공감의 감각을 일깨우도록 유도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기후위기를 다루는 서사들은 주로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고, 문학 연구와 비평의 방향 또한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성과 그로부터 이루어진 공동체의 의미를 논하는데 초점을 둔다. 이러한 논의는 매우 시사적이고 큰 의미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기후위기 국면을 거시적 차원에서 추상화한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미시적이고 다층적인 억압의 구체적인 양상이 충분히 드러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기후 변화의 불공정, 불평등에 좀 더 주목하기 위해 기후위기로 인해 이동하게 되어버린 이른바 ‘기후난민’을 서사화 하고 있는 텍스트에 주목하고자 한다.
문학 텍스트 속 기후난민의 양상은 현실에서 겪는 차별과 배제의 문제를 반영하며, 이를 통해 기후 불평등과 기후 정의의 문제를 고찰하게 한다. 더하여 유동하는 공동체,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연대, 끊임없는 이동과 적응의 필요성 등을 제시함으로써 국민국가 중심의 권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권리와 시민성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