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이행미 HK연구교수
2022년 3월 4일
『시설사회: 시설화된 장소, 저항하는 몸들』은 한국 사회의 정상성에 의해 배제되고 혐오스러운 존재가 된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으며, 이 다양한 얼굴들을 ‘시설화’라는 관점에서 교차적으로 살펴본다. ‘시설화된 장소’에 수용되면서 주체로서의 권리가 박탈되고 사회적으로 비가시화되었던 존재들의 서사 와 욕망을 복원한다.
또한, 이러한 시설화를 유지하는 데 협력하고 공모한 우리 사회의 권력 구조를 다각도로 해부한다. 나아가 이 책은 탈시설을 위한 저항의 방법을 현장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구성하며, 소수자와의 관계 형성과 연대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우리 사회의 혐오와 그 극복 방안을 들여다보는 데 유의미한 참조점이 된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 ‘시설화된 장소’ 중에서도 가족, 도시, 보호소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국가와 사회를 통해 확산되는 정상 담론은 가족을 비롯한 친밀한 관계에서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거나 폭력이 정당화되는 기제가 되기도 한다. 탈시설 운동은 시설 자체의 폐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설화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지배 권력을 분석화하면서 시설화를 당연하게 만드는 정상담론이 주류가 된 사회의 균열을 시도하는 움직임이다.
이 책은 시설화된 관계를 넘어서는 동료시민으로서의 관계 형성, 그 누구도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존재 자체만으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상상, 그리고 거기에 이르는 방향과 전략을 부단히 탐구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