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이지은(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이 발표는 치매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청중들에게 던짐으로써 치매 이후에도 지속되는 삶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리고 '나'의 것으로 상상해 보도록 초대했다. 이 발표에서는 치매 이후에 지속될 삶은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돌봄을 필요로 하는 것이 될 것이기에, 그 삶의 가능성에 대해 묻는 것은 또한 돌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임을 강조했다.  치매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주로 집 안에, 주간보호센터에, 요양시설에 머무르며 그들을 직접 돌보는 돌봄 제공자들 이외의 사람들과 교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이들의 구체적인 일상의 장면은 비가시화되고 치매 이후의 삶은 치매와 관련한 흉흉한 이야기들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돌봄 부담에 대한 이야기로 수렴되기 쉽다.  


치매와 함께 사는 삶이 '치매'라는 질환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방식으로 그 사람을 초대하고 응답하느냐에 따라, 일시적으로나마 매우 다른 것이 될 수다. 이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치매 이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잘 살 수 있다는 헛된 약속이나 희망을 가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다른 삶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있어 바로 그 돌봄이 필수적임을, 돌봄의 구체적인 실천이 치매 이후의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이 세계 안에 존재하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이 발표는 치매 돌봄에 있어 '몸'의 문제에 주목했다. 몸은 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인 동시에, 습관적인 움직임 등을 통해 드러나는 기억의 편린들을 통해 치매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자아가 표현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또한 일상적 돌봄 상황에서 몸의 움직임들은 상대를 '응답 가능한' 사람으로 실행하는 데 의미 있는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여기서 돌봄은 단지 누군가의 생명을 유지하거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행위일 뿐 아니라, 그 삶이 '무엇'인지, 혹은 그 사람이 무엇으로 이 세계 내에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 된다.


어떤 돌봄을 통해 나의 삶이 조금 나은 것이 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위해서는 또한 그런 돌봄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 물을 필요가 있다. 제한된 시간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돌봄 노동자들이든, 자신의 가족을 종일 돌보면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가족 돌봄 제공자들이든, 여러 상황들 때문에 지친 몸, 소진된 몸, 긴장한 몸에게 자기 몸을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상대의 몸과 반응에 호기심 어린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돌봄에서의 창의적 실천이 지금과 같은 조건 안에서 손쉽게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치매를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돌봄을 둘러싼 물질적 조건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요구한다. 


치매에 걸릴 준비는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한, 혹은 걸리더라도 누군가가 간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준비가 아니라, 나의 치매 이후의 삶이 어떤 것이 될 수 있으며 되어야 하는가를 상상하는 것이다. 그것은 치매가 예방되고 대비되어야 하는 불운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삶이라고 상상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