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 한의정(충북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급속한 발전은 예술창작의 방식과 개념을 크게 흔들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오픈 AI의 ‘GPT-4o 이미지 생성’ 기능 출시로 챗 GPT 사용자는 “지브리 화풍으로 그려줘”와 같은 프롬프트만으로 손쉽게 예술적 이미지 생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실 저작권은 구체적인 창작물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풍이나 스타일 자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스타일 모방과 표현의 복제 사이의 경계선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향후 법적 분쟁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최초의 AI 예술 <에드먼드 벨아미 초상(Portrait of Edmond Belamy>(2018), 미술·사진 대회 수상으로 이슈가 되었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Space Opera Theatre>(2022)와 <위기억: 전기기술자(Pseudomnesia: The Electrician)>(2023), 실제 미국 저작권청에서 텍스트 부분에 대한 일부 저작권을 인정받은 <여명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2022), 기계의 시선을 보여준다고 찬사를 받은 <비지도-기계 환각(Unsupervised-Machine Hallucination>(2023) 등의 사례에서 보이듯 AI의 예술적 기여와 법적 책임을 둘러싼 문제는 인간-기계의 창조성과 주체성 문제이기도 하다. AI는 과연 도구에 불과할까? 아니면 인간의 한계, 기존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어 줄 인간의 타자일까? 조안나 질린스카(Joanna Zylinska)는 인간이 원래 기계기술과 얽혀 있는 기술적 존재임을 강조하면서, AI 예술의 효과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인간이 AI와 함께 되어가는 지속적인 과정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주장한다. AI 예술이 AI 기술이 가진 정치성, 불투명성, 편향성 등의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며 비판적 시각을 제시할 때, 협업자로서 인간은 AI 생성 결과물에 대한 AI의 권리를 함께 찾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 위원회는 2023년 12월 발표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통해, AI 산출물은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는 경우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했다. 다만 인간이 AI의 결과물을 창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수정하는 경우 ‘편집저작물’로서 등록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내 최초로 저작권 등록에 성공한 AI 영화라고 선전한
그렇다면 과연 AI는 저작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저작자는 자연인에만 해당되므로 AI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영국은 예외적으로 ‘컴퓨터 생성물’에 대한 저작자 범위를 확대하는 법적 근거가 존재한다. 또한 호주 연방 법원은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한 사례(DABUS 사건, 2021.7.30)를 통해 기술 주체에 대한 법적 권리 인정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와 함께, 법·철학적 논의에서는 디지털 저자, 하이브리드 저자, 가상 인간 저자(fictional human author), 전자 인격(Electronic Person) 개념 등이 제안되고 있으며, 동물이나 자연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했던 사례를 참고해 AI에게도 법인격(legal person)을 부여할 수 있을지 여부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고려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는 (1) AI 생성물을 저작권이 없는 공유(public domain) 작품으로 간주하거나, (2) AI 자체를 저작자로 인정하면서 저작권의 귀속 주체에 관한 논의에 집중하거나, (3) 법 개정을 통해 프로그래머나 이용자 등 특정인을 AI 작품에 대한 저작자 또는 저작권 귀속 주체로 규정하는 입법론 등이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