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 이지형(일본학과)
본 발표는 미나마타병 사건을 소재로 한 공해병 문학의 혐오 대응에 관한 내재적 연구이다. 분석 텍스트는 이시무레 미치코 소설 『고해정토(苦海淨土)』다. 인류가 경험한 환경오염으로서는 최초이자 최대급이라 할 수 있는 미나마타병은 1956년에 병의 존재가 공식 확인되었고, 1968년에 일본 정부로부터 공해병임이 인정되었다. 하지만 괴질로 불리던 질병의 실체 규명 과정은 지난했으며, 피해 보상 및 정부의 공식 환자 인정 요구는 소송으로 확대되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과정에서 미나마타병 환자와 그 가족은 지역 안팎의 심각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고해정토』는 산업재해에 의해 촉발된 문학의 사회성과 정치성을 지역성에 토대한 당사자 목소리를 통해 체현한 기록문학이자 실천문학이다. 본 발표는 『고해정토』 1, 2부 분석을 통해 미나마타병 사건으로 촉발된 차별 및 혐오 문제와 그 대응 방안에 대한 내재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우선 차별/혐오의 배경과 맥락 등을 살펴 그 동인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질병, 지역, 장애, 젠더 등을 둘러싼 갖은 혐오가 분출하는 지금, 혐오의 실천적 대응 방안에 대해 사유하기 위함이다.
차별과 혐오는 사건의 전 과정에서 미나마타병 환자와 가족은 물론 주민들 전체를 향한다. 낙후된 소외 지역이라는 공간성, 정체불명의 괴질로 인한 거리낌과 역겨움의 정동, 환자의 기형 및 장애 신체 등은 혐오 양상을 가속화한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지역 경제 기반인 ‘칫소(신일본질소비료공장)’의 붕괴에 대한 우려와 환자 보상금 지급에 대한 질시라는 두 가지 양상과 맞물려, 혐오가 지역 내부로부터 한층 노골화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혐오의 지역적 동인, 심리적 동인, 신체적 동인, 물질적 동인 못지않게 현저한 혐오 기제가 자기혐오다.
미나마타병 당사자들은 혐오에 어떻게 대항하며, 혐오 대응의 동력은 무엇인가? ‘공감과 연대’는 혐오 대응의 방법인 동시에 성과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공감과 연대를 가능케 하는 토대가 무엇인가이다. 그 첫째는 존재를 위협하는 억압과 혐오에 대한 내발적인 대응력으로서의 ‘분노’다. 분노는 혐오, 증오와는 다르다. 분노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일어나며, 분노의 정당한 발휘를 위해서는 수치심이 야기한 자기혐오를 극복해야 한다. 둘째는 피해자의 침묵을 존중하는 듣기의 윤리에 기반한 ‘경청하기’이다. 환자와 가족, 시민운동가, 피차별 부락민, 학생운동가 등이 어울려 오사카 칫소 주주총회에 항의 방문하는 소설 2부의 마지막 장은 차이를 넘어선 공감과 연대의 실천장이다. 타자에 동일화하는 것에 의한 공감이 아니라 당사자와 비당사자 간의 메워질 수 없는 간극을 인정하며 ‘다른 공감의 언어를 찾는 것’. 그것으로부터 비로소 진정한 공감과 혐오 극복의 연대가 시작될 수 있음을 『고해정토』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