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차 월례발표회
혐오시대, 한국 SF의 대응: 2015~2025

발제 : 박인찬(인문학연구소 소장)


2019년은 우리나라 SF의 역사에서 경이로운 해로 기억된다. 소설 분야 중 SF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처음으로 2%를 넘었고, 2020년에는 3%를 돌파했다. (점유율의 1% 증감은 큰 변화다). 연도별 판매 신장률의 경우, 한국 SF는 2019년 30% 가까운 높은 신장률을 보였고, 2020년에는 57.5%까지 치솟았다. 그 결과 서구 작가들이 독점해 오던 SF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김초엽과 천선란 같은 국내 여성 작가들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SF를 읽는 남녀 독자의 비중이 50대 50이었던 2010년에 비하여, 2021년 여성 독자의 비중은 67%까지 상승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SF만 보면 74.2%로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한다. 더 많은 젊은 여성 팬들이 영미 SF보다는 한국 SF를 선호했다는 뜻이다.


무엇이 2019년 한국 SF의 약진과 여성 SF 독자의 증가를 이끌었는가? 그 중심에는 연속해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김초엽과 천선란이 있다. 그들에 앞서 한국 SF의 초석을 다진 듀나, 김보영, 배명훈을 비롯해 정보라, 정세랑, 장강명, 정소연, 문목하 등의 선배 혹은 다른 동시대 작가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럼에도 왜 ‘한국’ ‘여성’ SF가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부상해서 동시대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는가 하는 의문은 계속 남는다.


본 발표는 201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SF를 우리 사회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혐오시대’에 대한 대응으로서 바라본다. 2010년대 초부터 폭증하기 시작한 각종 혐오 사건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을 거쳐 2018 예멘 난민 입국 논란, 2020년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거부 사건, 2021년 변희수 하사 사망사건, 그리고 이주노동자 혐오, 차별금지법 반대, 최근의 반중 시위에 이르기까지 거의 끝이 없다. 그 한가운데에서 페미니즘 리부트가 2015년에 주창되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의 한국 SF는 페미니즘 리부트와 함께 형성된 젊은 여성 독자층의 적극적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혐오로 대변되는 사회 현실이 한국 SF의 형성을 촉발했다는 전제에서 본 발표는 주요 작품들이 SF 특유의 ‘낯설게 하기’ 기법을 통해 혐오를 근본적으로 문제시하고 환기하는 데 주목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서 한국 SF가 제시하는 ‘다름과 다양성,’ ‘감성 SF,’ ‘회복, 포용, 연대’를 따져본다. 흥미로운 점은 현실에 대한 이러한 문제의식과 참여가 서구 SF와 차별화되는 한국 SF만의 특징들, 즉 ‘소수자 SF,’ ‘리얼리즘 SF,’ ‘인간적 SF’ 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페미니즘 리부트와 연동하여 성장해 온 한국 SF는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가치와 미래에 대하여 되묻는다. 끝으로, 본 발표는 현실로부터 촉발된 한국 SF가 탄핵 광장 이후의 우리 사회를 작가들이 꿈꾸는 ‘더 넓고 깊은 민주주의’를 향해 견인할 수 있을지 타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