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 김지영(HK교수)
본 발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확산된 글로벌 페미니즘 대중운동과 젠더 갈등을 배경으로, 동 시기 한국과 일본 사회에서 변화한 젠더 관계의 양상을 한일 동시대 소설을 통해 살펴본다. 특히 연애 실천의 변용과 새로운 친밀성의 탐색에 주목하였다.
한국에서는 이른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MeToo, 탈코르셋, 4B 운동 등이 전개되며 여성혐오와 성폭력, 규범적 여성성과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다. 일본 역시 포스트페미니즘적 분위기 속에서도 #KuToo 운동과 플라워 데모를 비롯한 성차별·성폭력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며 젠더 관련 이슈가 다시 주목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젠더를 둘러싼 일상적 감각의 변화를 촉발했으며 그 변화는 연애라는 친밀성의 실천에도 반영되었다. 연애는 이성애 제도의 각본으로서 여성다움·남성다움의 규범, 성별 분업의 관행이 학습되고 재생산되는 사회문화적 제도이자 문화적 실천의 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 비혼·비출산·비연애·비섹스를 지향하는 4B 운동의 확산은 젠더 규범을 거부하는 새로운 감수성과 관계적 선택이 대중적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민지형과 오마에 아오(大前粟生)의 소설이 한일 청년 세대의 연애의 재현을 통해 ‘여성성/남성성’과의 긴장과 불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민지형의 소설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2019)가 사회적으로 강요된 ‘여성성’ 수행에 대한 거부와 비혼주의를 형상화하고 있다면, 오마에 아오의 『인형과 이야기하는 사람은 다정해』(2020)에서는 여성혐오와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에 대한 저항감이 연애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 그려진다. 더 나아가 민지형의 『나의 완벽한 남자친구와 그의 연인』(2021)과 오마에 아오의 『너라서 외로워』(2022)는 공통적으로 ‘폴리아모리(polyamory)’라는 관계의 형식을 탐색하며, 기존의 성별 규범과 성애의 각본에서 벗어난 대안적 친밀성을 실험한다. 이러한 문학적 재현은 젠더 규범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함께 전통적 연애·성애 관계를 넘어선 새로운 친밀성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흥미로운 사례로 읽힐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