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차 월례발표회
우리 시대 신노년과 첨단 기술

발제 : 박승억(숙명여대 순헌칼리지)


현실이 아니라 현실의 인식이 문제다 


2025년 한국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흔히 ‘58년 개띠’라고 불린 1차 베이비붐 세대 1955~63년생과 2차 베이비붐 세대 1968~74년생)는 이 초고령사회에서 노년의 삶을 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다. 최근에 논의되는 돌봄 위기 문제에는 이러한 사정이 반영되어 있다. 한 사회의 인구 구성의 변화는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때 당사자들이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그 변화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그런 점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생활양식과 제한된 사회적 자원의 분배와 관련한 그들의 정치적 선택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새로운 노년, 돌봄 위기에 대응하다


사람들의 미래 전망과 생활세계의 변화는 현실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베이비붐 세대의 생활세계 변화와 그에 따른 현실 인식 변화는 최근 생의학 기술이나 AI와 로봇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노화나 노쇠를 그저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항노화 기술에 의지해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려고 하고 있으며, 돌봄 문제 상황에서도 AI와 로봇 기술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 정부 역시 이른바 ‘에이지 테크(Age-tech)’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우리의 새로운 노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적응 중이다.


적응 방향, 지속 가능성과 새로운 노년의 책임


베이비붐 세대가 초고령사회의 돌봄 위기에 대응하는 선택들이 바람직한 것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그들의 선택이 이후 세대에게 모범이 되든, 반면교사가 되든 첫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제한된 사회적 자원의 분배 문제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것도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의 새로운 노년은 첫 길을 내는 자라는 커다란 책임이 있다. 이때 그 책임의 무게를 가늠할 지표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다. 


전환기의 책임, 더 큰 공동체적 의무 


첨단 기술이 사회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는 오늘날은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자원의 분배 문제는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새로운 노년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이러한 문제들은 한나 아렌트가 말한 것처럼 정치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듯하다. 그러나 그 방식은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최소한 샹탈 무페가 이야기한 것처럼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경합적 민주주의 방식은 위험해 보인다. 경합적 상황은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베이비붐 세대에게 의도하지 않은 힘을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요구되는 평등의 원칙은 다시 재고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수용하듯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의사결정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비록 어떤 대안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드러나는 불평등의 문제 해결에 유효할지는 분명치 않지만, 우리가 지속가능성을 의심의 여지 없는 사회적 공리로 받아들인다면, 최소한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인구수를 가진 코호트가 더 많이 양보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