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성희(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교수)
일요일 아침마다 휴대폰이 띄우는 주간 사용 리포트를 확인할 때면 묘한 긴장감이 든다. 업무로 쓴 시간과 뒤섞여 있긴 해도 하루 평균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들인 시간이 수치로 드러나는 순간은 매우 놀랍다.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도 인터넷 사용을 조금만 줄이면 내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사용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하곤 한다.
이 문제는 성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IGAWorks)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대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2시간 30분 이상을 SNS에 소비한다. 유튜브가 하루 1시간 38분으로 가장 많았고, 인스타그램도 49분을 기록했다. 이것은 SNS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상당 부분이 이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해 콘텐츠와 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호주 정부가 최근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보유를 전면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지 ‘시간 낭비’의 문제가 아니라 혐오·폭력·자해 등 위험한 콘텐츠에 노출되는 구조적 문제를 끊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SNS 사용 시간 조절이 어렵다는 청소년이 절반에 이른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 2020)는 이러한 현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은 기술 산업의 목표가 ‘사용자의 행복’이 아니라 ‘주의력의 확보’라고 말한다. 감정의 취약함을 이용해 더 오래 머물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끊임없이 추천되는 영상과 맞춤형 피드, 자율적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설계된 결과라는 폭로는 충격적이다. “돈을 내고 쓰지 않는다면, 상품은 당신 자신이다”라는 말은 기술 기업이 사용자 자체를 상품화해 왔다는 이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정확히 설명한다. 특히 청소년처럼 감정 반응이 빠르고 주의가 쉽게 흔들리는 사용자일수록 알고리즘이 시험하기 좋은 대상으로 설정된다는 점은 더 큰 우려를 낳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 안에는 이미 사회가 가진 편향이 녹아 있고, 알고리즘은 이를 필연적으로 재현하거나 강화한다. 얼굴 인식 기술의 인종 편향, 채용 알고리즘의 성차별 문제 등은 기술이 중립적이라는 믿음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기술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신화에 가깝고, AI는 오히려 사회의 왜곡을 그대로 재현하는 위험을 지닌다.
그렇다면 기술은 공정할 수 있는가? 『소셜 딜레마』가 보여주듯, 공정성은 현재 기술 생태계의 목표가 아니다. 플랫폼은 사용자 참여와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되고, 알고리즘은 그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도구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온라인 환경은 중립적 공론장이 아니라 기업의 논리와 이윤이 먼저 작동하는 거대한 설계 공간에 가깝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용자가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을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추천의 이유와 정보 흐름의 구조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플랫폼 기업에는 알고리즘의 기준과 의도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는 기술을 신뢰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사회적으로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정교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차단이나 금지가 아니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알고리즘 감시 체계를 포함한 구조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기술이 똑똑해질수록 그 기술을 다루는 사회 역시 더 현명해져야 한다.
『소셜 딜레마』는 우리에게 단순한 경고를 넘어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설계한 선택의 길 위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기술의 흐름은 비로소 사용자의 방향으로 조금씩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결국 자유는 선택의 순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논문으로는 「Capitalism as Religion in Bambara’s “The Lesson”」(2024), 「『시녀 이야기』에 나타난 여성의 저항적 글쓰기」(2024), 「조앤 라모스의 『베이비 팜』에 나타난 자본주의와 재생산 노동」(2024)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경계 짓기와 경계 넘기: 인종, 젠더 혐오와 대항의 담론들』(2024)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