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한림대 사회학과)

이 콜로키움에서 저는 2025년에 출간한 『몸, 스펙터클, 민주주의』 를 구성한 문제의식과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이러한 시각의 현재적 함의를 청중들과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허심탄회하면서도 유익한 논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신 숙명인문학연구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발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 보고자 합니다.

이 연구를 추동한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광장의 인파와 촛불 등으로 상징되어 온 민주주의의 스펙터클 이후의 한국 사회는 과연 더 나아졌는가? 이념적으로는 民에 속해야 할 누군가가 민주주의로부터 배제되고 있지는 않은가? 민주주의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민주주의를 이룬 다음에도 누군가 죽어 나가고 있다면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희망하고 추구해 온 민주주의를 고수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러한 질문을 제기하기 위하여 저는 역사를 일종의 극(drama)으로 간주하고 과연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가 좋은 극이라고 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비평적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도입한 가설은 한국 민주주의라는 극을 구상하고 상연하는 주체인 우리 자신, 즉 民이 특정한 장면을 반복적으로 생산해 왔다는 것입니다. 특히, 죽음-운동-결집의 세 국면을 하나의 단위로 하는 레퍼토리가 한국에서는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상으로 꾸준히 반복되어왔음을 지적하였습니다.
죽음에서 결집에 이르는 서사로 구성되는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매우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만, 이를 자부심의 근거로 삼기에는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고통스러운 삶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에 저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덜 극적이고 덜 자랑스러운 것일지라도 모두가 덜 고통스러운 역사로 변화하기를 희망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다른 상상을 구성하기를 제안하였습니다. 그것은 국가가 수행하는 죽음의 폭력에 맞서 民이 강력한 몸을 구성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民이 평등한 관계맺음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삶과 생명을 돌보는 시민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民이 자신의 몸을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고 운용함으로써 새로운 장면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 요지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