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대회 성료 및 학술연구총서 출간外

1. HK+사업단 학술연구총서 출간


  『혐오의 현상학』은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단의 학술연구총서 시리즈 가운데 네 번째 책으로 출판되는 번역서이다. 이 책은 배리 스미스(Barry Smith)와 캐롤린 코스마이어(Carolyn Korsmeyer)가 혐오 주제에 대하여 가장 선구적인 철학적 논의를 펼친 아우렐 콜나이(Aurel Kolnai)의 두 작품을 담아 펴낸 On Disgust(2004)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사실상 사후에 철학적 명성을 얻게 된 콜나이의 전체적인 지적 작업을 현상학 안에만 가둘 수 없겠으나, 그의 혐오에 대한 접근은 프란츠 브렌타노(Franz Brentano),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그리고 뮌헨학파의 대표적인 인물 막스 셸러(Max Scheler)를 지적 배경으로 하지 않고서는 읽을 수 없기에 우리말 번역본의 제목을 『혐오의 현상학』으로 정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철학의 지평에서 아주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던 ‘혐오’ 주제에 대한 가장 고전적인 철학적 논의, 보다 구체적으로는 현상학적인 논의를 만나게 될 것이다.



『혐오의 의미』는 우리가 혐오스럽게 느끼는 것들의 본질과 중요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다. 저자 콜린 맥긴은 인간의 근원적 감정으로서의 혐오에 천착하기 위해 철학, 역사학, 심리학, 미학 등의 관점에서 혐오의 감정을 조망한다. 그 과정에서 혐오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체득한 본능에 가까운 감정으로서, 문명화의 과정에서 인간이 이성적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필연적으로 파생시킨 산물임이 드러난다. 따라서, 혐오는 집단적인 인간 생활의 많은 영역에서 표현되며, 많은 문화적 현상을 조명하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설명해 준다.


2. 《횡단인문학》 (한국연구재단(KCI) 등재후보학술지) 12호 발간


숙명인문학연구소 학술지 《횡단인문학》 12호가 10월 31일에 발간되었다. 12호는 두 개의  특집이 편성되었으며, 특집1의 주제는 ‘디지털 시대의 혐오와 인문학의 대응’으로 2022년 6월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숙명인문학연구소 HK+사업 제3회 정기학술대회 ‘디지털 시대의 혐오와 인문학의 대응’에서 발표된 논문을 중심으로 하였고, 특집2의 주제는 ‘인간중심주의 돌아보기’로 2021년 제1회 국제학술대회 ‘팬데믹 시대의 혐오-횡단인문학적 접근’에서 첫째 날 국제 세션에서 발표된 논문을 중심으로 편성하였다. 기획특집 논문으로는 이현재(서울시립대)의 '디시털 시대의 혐오: 자아상실의 공포와 상상계적 봉합', 강미영(숙명여대)의 '노인혐오에 대한 인문학적 분석과 대응', 손희정(경희대)의 '기이한 열정: 디지털 시대의 고어 남성성', 이도영(한국외대)의 '온라인상의 제노포비아: 독일의 인종 및 외국인 혐오 기사 댓글 분석을 중심으로'와 김기흥(포스텍)의 '취약존재의 생산: 포스트-코로나시대의 인간-동물-질병관계', 사카사이 아키토(도쿄대)의 '격리와 삶의 장소에 관한 시: 병자에 대한 혐오에 맞서다‘가 수록되었다. 그 외에도 한국어교육, 영화 분야 연구 등 총 11편의 논문이 이번 호에 게재되었다.



3. 국제학술대회 <혐오의 확산과 대항담론: 상호교차적 접근> 성료


숙명인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단은 국제학술대회 <혐오의 확산과 대항담론: 상호교차적 접근>(12월 16일~17일)을 성황리에 마쳤다.


한국연구재단이 시행하는 인문한국플러스(HK+)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혐오의 확산에 맞서기 위한 다양한 대항담론에 대해 상호교차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마련된 자리로,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되었다.



학술대회의 문을 여는 기조강연에서는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안지 마리 핸콕 알파로(Ange-Marie Hancock Alfaro) 교수가 ‘교차성의 약속과 위험’이라는 주제로 혐오 현상에 접근하기 위한 분석틀로서 ‘상호교차성(intersectionality)’이 지닌 가능성과 위험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두 번째 기조 강연자인 보스턴 대학교의 빅터 쿠마르(Victor Kumar) 교수는 ‘혐오와 사회 정체성들’이라는 주제로 도덕심리학적 관점에서 혐오와 사회 정체성의 관계를 논했다.



이어 첫날 패널 발표에서는 프랑스, 일본, 한국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진지한 논의를 펼쳤다. 엠마누엘레 코치아 교수(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는 생태 위기에 맞서 인간이 비인간 타자로서의 지구와 맺는 관계를 사랑으로 재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일본의 비평가이자 잡지 『대항언론』 편집인 스기타 슌스케는 2010년대 이후 일본에서 급격히 확산된 복합적 차별 상황을 진단하고, 이러한 조류에 저항하기 위한 대항언론의 가능성을 살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소속 활동가 나영정은 시설을 통해 시설 밖을 정상화하고 지배권력을 유지·강화하는 사회를 ‘시설사회’로 규정하고, 시설사회가 혐오의 생산기제로 작동하는 양상을 분석했다. 숙명인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장 박인찬 교수와 연구소 산하 공감인문학센터 김혜윤 연구원은 지난 3년 동안의 공감인문학센터 활동을 소개하고, 향후 4년 간(2023~2027) 추진할 활동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학술대회 둘째 날에는 HK+사업단의 아젠다 연구 분과들의 연구 논의가 이어졌다. 인종과 젠더 혐오를 주제로 재일코리언 문학과 교차적 상상력(김지영 HK교수, 숙명여자대학교), 팬데믹이라는 중첩된 재난상태와 취약성의 이중구조(신지영 교수, 연세대학교), 젠더 개념과 체화의 방식을 둘러싼 혐오의 역사(루인,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이 논의되었고, 노인, 질병, 장애 혐오 쟁점과 관련하여 제국일본과 식민지 문학의 매독 표상(안영희 교수, 계명대학교), 시각과 혐오(하홍규 HK연구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성인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50+부모의 노후준비(정병은 연구원, 서울대학교)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물질과 기계 혐오를 주제로 손상된 신체의 보충과 기계 혐오(이재준 HK교수, 숙명여자대학교), 도시정치생태학과 다종적 관계성의 쟁점들(김준수 박사, KAIST), 기후부정과 지구혐오에 대응하는 기후정의와 우주정치(이지선 HK연구교수, 숙명여자대학교) 등이 논의되었다.


혐오의 교차성에 주목해 혐오현상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공존을 향한 대항담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던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국내외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열띤 논의를 통해 혐오를 둘러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항담론의 어려움과 가능성을 함께 논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