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박승억 교수(기초교양학부)
2021년 11월 5일
이 책,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This Chair Rocks: A Manifesto against Ageism』(A.Applewhite 저, 이은진 역, 시공사, 2016)는 미국 사회의 연령차별(ageism)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 애슈턴 애플화이트는 이 책을 통해 미국 사회가 과도하게 젊음에 집착하는 사회이며, 그로 인해 노화에 대한 거부감, 나아가 노인 혐오가 만연해 있다고 진단한다. 애플화이트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에 대한 선입견 내지는 편견이다. “노인은 쓸모없다.”거나 “나이 드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와 같은 편견이 연령차별로 이르게 한다.
이러한 편견의 부정적인 결과는 연령차별이 결국에는 자기혐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노화로부터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 노인 혐오나 노화 혐오는 결국 현재의 자신이거나 혹은 미래의 자신에 대한 혐오이기 때문이다. 애플화이트는 노인 혐오, 혹은 노화 혐오가 사회의 구조 개혁에 대해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 또한 지적한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 구조는 그런 고령 사회에 대해 제대로 대비되어 있지 않다. 연령차별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을 무산시키기 쉽다.
애플화이트는 연령차별이 편견에 기초해 있다는 증거의 하나로 ‘행복의 U곡선’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노년이 되면 불행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조사에 의하면 그런 통념과 달리 노년의 행복 지수는 상대적으로 높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현실과 삶을 받아들임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되는데 그것이 삶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이다. 애플화이트는 노화란 곧 삶이며, 따라서 나이 들어 가는 자신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젊은이와 노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향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욕망을 포기하고, 일을 포기하는 식의 대응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나이에 맞게 행동하라!’는 식의 사회적 압력과 자기 규제는 연령차별을 내면화하고 고착화하는 나쁜 선입견이다. 물론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건강해야 하고, 또 타인들과의 관계를 폭넓게 유지해야 한다는 제안도 잊지 않는다. 그것은 ‘건강한 노년 되기’의 준비과정이기도 하다.
애플화이트의 이러한 진단과 제안은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유효해 보인다. 연령차별의 문제는 단지 노인 혐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애플화이트가 지적했듯이 시장자본주의의 체제는 노년은 노년이라는 이유로, 어린이는 어린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모두 생산 가능 인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편견들이 연령차별로 이어진다. 연령차별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힐 경우 앞으로 세대 갈등마저 첨예해질 수 있다.
애플화이트가 말한 ‘사회구조 지체’, 즉 사회의 변화에 대해 사회구조와 조직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애플화이트는 책의 말미에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모든 연령에 친화적인 세상”이라고 선언한다. 우리 연구팀의 주제인 “혐오 문제와 그 대응”이 지향해야 하는 세상의 모습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노인 혐오의 문제 뿐 아니라 이미 첨예해지기 시작하는 세대 갈등의 문제를 다양한 시선에서 볼 수 있게 해 주는 실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