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 한의정(충북대 조형예술학과)
이 책은 세 가지 관점에서 혐오연구에 시사점이 있다. 첫째, 인류역사를 관통하며 비인간 타자로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었던 동물에 관한 논의라는 점이다. 둘째, 동물권을 주장하는 동물해방론자들과는 사뭇 다른 (철학적)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셋째, 인간중심주의 비판의 시작점에 위치한다고 평가되는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후기 사상을 개괄한다.
자크 데리다는 기존 언어학이나 형이상학의 모순을 ‘해체’로서 드러냈던 초기의 사상을 지나 198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인 타자론을 시작한다. 1990년대 이후, 소위 ‘윤리적·정치적·생태학적 선회’라고 불리는 시기에는 법, 정치, 환대, 주권, 마르크스주의, 동물 등을 테마로 다루면서 의식적·이성적·언어적 코기토(Cogito)에서 생태학적·신체적 코기토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이는 인간중심주의적 에고(ego)에서 유기체 일반의 에고 개념으로의 전환이라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동물’이라는 용어는 살아 있는 비인간 개별 존재를 지칭하지 못하고 하나로 묶어버리는 폭력적인 방식이다. 데리다는 비인간 타자의 존재로서의 위치와 위상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 타자’라는 용어를 제안한다. 데리다에게 ‘동물성’(animality, bestiality)도 야만적이고 비이성적인 괴물과 같은 짐승성이 아니라 인간이 일반적으로 상상하거나 의미화할 수 없는 인간 이성 너머의 어떤 특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데리다는 『동물 그러니까 나인 존재(L’animal que donc je suis)』에서 어느 날 마주친 반려묘의 응시의 낯설음에서부터 비로소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주체는 이렇게 이미 내 안에 자리 잡은 낯선 타자를 맞아들임으로써 주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안에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에게 오염된 채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무조건적 절대적 환대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