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안지나 HK연구교수

2020년 12월 4일

시노다 세츠코(篠田節子)의 소설 『장녀들(長女たち)』은 초고령 사회에서 비혼 여성들이 직면하는 돌봄 노동의 고통을 그린 중단편집이다. 비혼 여성의 돌봄 노동이 죄책감과 애정을 통해 가족 사이에서 드러나지 않은 채 젠더화되고, 그것이 그들의 삶에 어떤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묘사했다.

이 책은 젠더와 돌봄 노동, 초고령 사회와 비혼이 어떻게 뒤얽혀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을 지옥으로 만드는지 보여준다. 이는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비혼의 증가와 출생률의 저하, 고령인구와 1인 가구의 증가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도 멀지 않은 미래이기도 하다.

월례 세미나에서는 『장녀들』이 제기한 돌봄 노동의 다층적인 측면, 즉 돌봄 노동의 젠더 편중만이 아니라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돌봄 노동의 사회화 경향, 돌봄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고령자의 당사자성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특히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드러낸 전 세계에 걸친 노인 혐오의 가시화를 생각할 때 기대수명의 증가와 사회적 돌봄 노동의 필요성을 시의적으로 포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장녀들』의 주인공들이 전문직 여성으로서 드러내는 중산층의 계급성과 동시에 자신의 노년을 상상할 때 느끼는 계급 추락의 두려움 등은 사실상 노년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하는 한국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논점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