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주(성균관대학교 언어·AI대학원)


본 발표는 문학비평가이자 포스트휴머니즘 이론가인 캐서린 헤일스의 이론을 통해, 정보기술과 신체, 젠더가 얽힌 권력 구조를 비판적으로 독해하는 포스트휴머니즘 관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헤일스는 1940~50년대 정보학자 노버트 위너와 클로드 섀넌의 주도로 시작된 사이버네틱스의 역사를 분석하면서, ‘정보의 탈체현’의 경향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탐색한다. 위너의 사이버네틱스는 정보를 의미와 맥락, 물질성으로부터 분리하여 독립적 실체로 간주하였고, 이는 오늘날 인공지능 담론과 기술결정론에 심대한 영향을 남겼다. 섀넌이 정보에서 의미를 제거하고 비트 단위로 계량화했을 때, 정보는 신체와 물질을 초월해 어디로든 이동 가능한 패턴으로 상상되기 시작했고, 이는 모라벡의 ‘의식 업로드’ 같은 기술 유토피아주의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실제 기술이 작동하는 사회적·경제적·젠더적 맥락을 비가시화하며, 신체와 노동, 물질의 기반을 지우는 효과를 낳는다.

사이버네틱스는 인간과 기계를 동일한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하며 인간-기계 경계를 약화시키면서 방대한 물질적 조건을 지우고 추상적 정보 패턴을 절대화했다. 그 결과, 물리적 환경과 인간 노동의 존재가 젠더화되고 체계적으로 비가시화되었다. 초기 정보산업에서 데이터를 분류하고 입력한 여성 노동자들, 오늘날 AI를 위해 대규모 데이터 정제와 라벨링 작업을 수행하는 ‘그림자 노동(ghostwork)’은 모두 기술 발전의 기반임에도 가려져 왔다. 기술적 중립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화는 알고리즘 내부에 인간의 편향이 그대로 코드화된다는 사실을 은폐하며, 젠더·계급·인종의 권력구조를 재생산하는 장치가 된다.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은 이러한 탈체현 경향에 맞서, 정보와 인지를 다시 체현과 물질성, 맥락 속에 위치시키려 한다. 헤일스는 인지를 “정보를 맥락 속에서 의미로 조직하는 과정”으로 재정의하며, 의식적 사고는 빙산의 꼭대기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판단과 감각, 결정은 비의식적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헤일스는 기술적 인지의 작동과정과 유사하게 빠른 속도로 엄청난 정보량을 기계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의식의 처리 효율을 높여주는 비의식적 인지 개념을 통해 인지의 물질적이고 과정적인 성격을 강조한다. 또한, 비의식적 인지 개념은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인지를 의식과 분리하여 비인간에게까지 적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인지 개념을 탈인간중심화한다. 또한,이런 관점은 인간 인지가 몸과 환경, 기술, 다른 생명체들과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분산적으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인간, 비인간 생명체, 기술 시스템은 상호작용하는 ‘인지 집합체(cognitive assemblage)’를 형성하며, 헤일스는 이를 ‘행성적 인지 생태계(planetary cognitive ecologies)’라는 새로운 윤리적 틀로 확장한다. 여기서는 인간이 기술과 다른 생명체의 인지 능력을 전유해온 역사에 대한 겸허함, 그리고 인간 중심적 윤리의 재고가 요구된다. 챗 GPT 생성 문학에 대한 비평 또한 이러한 인지 집합체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LLM을 인간의 협력자로 인정하며 현대 알고리즘 문화와 인간-기계 협업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