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몸·젠더: 사이버네틱스에서 챗GPT까지

송은주(성균관대학교 언어·AI대학원)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의 제22회 콜로키움에서는 〈정보·몸·젠더: 사이버네틱스에서 챗GPT까지〉를 주제로 성균관대학교 언어·AI 대학원의 송은주 교수의 특강이 진행되었다. 

본 강연은 11월 28일(금) 오후 3시에 개최되었으며, 오프라인 현장 참석과 Zoom을 통한 실시간 중계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강연은 포스트휴머니즘 이론가 캐서린 헤일스의 논의를 바탕으로, 정보기술의 발전이 신체·젠더·노동을 어떻게 비가시화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조명하였다. 연사는 먼저 1940~50년대 노버트 위너와 클로드 섀넌이 주창한 초기 사이버네틱스가 정보를 의미·맥락·물질성과 분리된 추상적 실체로 상정함으로써 기술 결정론적 사고와 AI 유토피아주의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버네틱스가 인간과 기계를 동일한 정보처리 체계로 간주하는 과정에서 물질적 조건, 특히 젠더화된 노동을 체계적으로 은폐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초기 정보산업의 여성 데이터 노동과 현대 AI 산업에서의 라벨링·정제 작업 등 이른바 ‘그림자 노동’은 기술 발전의 핵심 기반임에도 사회적으로 주변화되어 왔으며, 기술적 중립성이라는 신화는 알고리즘 내부의 젠더·계급·인종적 편향을 가리는 효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연사는 이어 헤일스의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에 기반해 인지를 “맥락 속에서 정보를 의미로 조직하는 과정”으로 재정의하고, 인간의 대부분의 사고·판단이 물질적이고 비의식적인 인지 과정에 의존한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지는 인간·기술·비인간 생명체가 상호작용하는 ‘인지 집합체(cognitive assemblage)’로 확장되며, 나아가 ‘행성적 인지 생태계’라는 새로운 윤리적 틀로 이어진다. 이 논의는 오늘날 LLM 기반 생성 기술을 인간의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적 인지 행위자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강연은 정보·기술·몸·젠더의 관계를 재사유하도록 촉구하며 마무리되었고,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질의응답에서는 포스트휴머니즘 윤리의 난점과 인지 개념의 경계가 주요 논점으로 다뤄졌다. 한 질문자는 ‘인지자/비인지자’라는 구분이 자칫 인지중심주의로 귀결될 가능성을 제기하였고, 연사는 헤일스가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며 감응·행위성에 기반한 새로운 범주 설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질문에서는 비의식적 인지가 의식과 직접 소통할 수 없는 과정이라면 행위의 책임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연사는 이는 포스트휴머니즘 이론 전반의 난제이며, 해러웨이의 ‘응답하는 행위자’나 브라이도티의 ‘유동적 집합체적 주체’와 같은 대안적 윤리 모델이 논의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질문자에게는 연사의 역서 『비사고: 인지적 비의식의 힘』(2025)이 증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