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라는 거짓말:
한국의 이민 정책‧담론과 인종기획

손인서(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강연은 ‘인종기획(racial project)’이라는 개념으로 한국의 이민정책과 이민담론을 분석한다. 무엇보다 강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문화’ 담론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비판에서 출발한다. 다문화는 ‘다문화주의’의 줄임말로 국가가 이민자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가 이들의 문화적 차이를 수용하는 정책지향과 이를 추구하는 사회이념을 가리킨다. 이 의미에서 보자면 한국 정부는 단 한 번도 다문화주의적 정책을 추진한 적이 없고, 한국사회는 다문화주의를 추구하지 않았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의 영주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혈연을 제외하고 다른 문화, 민족, 인종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국가가 추진하는 정책은 다문화주의적 이민정책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타민족/타인종의 이주민을 한국경제의 도구로 삼는 인력정책에 가깝다. 강연은 ‘다문화’ 한국사회에서 현재 일어나는 이주민 문제를 살펴보고 다문화 담론이 감춰놓은 핵심을 드러낸다. 


정부와 대학, 그리고 언론은 혐오와 차별과 같은 다문화사회의 사회갈등을 소수의 일탈적인 내국인과 적응하지 못하는 이주민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갈등은 이러한 소수 개인의 의식을 바꿈으로써 해결할 수 없다. 강연은 우리가 운영하는 이민 제도와 사회 구조 자체가 인종주의를 발생시키며 사회갈등을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이미 건설 현장에서, 중소기업에서, 농어촌에서, 돌봄이 필요한 곳에서 개발도상국 이주민이 일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돌아가지 않는다. 이주민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고서 이 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 첫걸음은 다문화가 아닌, 인종화되고 계층화된‘다민족 사회’라는 우리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