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 정경수(법학부 교수)
2022.12.02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가? 현실에서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둘리는 많은 사람을 접하게 된다. 또한 감정이 앞서는 자기 자신도 발견하게 된다. 심리학적 연구를 활용한 대중적 글쓰기를 하는 세바스티안 헤르만이 쓴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는 감정적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을 넘어 합리적 개인이 되는데 유용한 16가지 통찰을 다룬다.
『정이 지배하는 사회』는 높은 수준의 지적 수고 없이 읽을 수 있는 대중서이다. 여러 심리학자와 인지 연구가들의 학술 연구 결과를 활용하지만, 학술적 체계를 갖지 않고 생활 세계에서 접하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쉽게 읽힌다. 그만큼 자신과 돌아가는 세상 속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되돌아보고 스스로 교정하고자 하는 계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이 책의 출발점은 감정이 판단을 ‘재배’한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다. 물론 판단이 전일적으로 감정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판단에 앞서는 감정과 직관적 반응을 부각하고 실제적 진실과 다른 감정적 진실이 존재함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판단과 행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면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런 인지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게 되면, 예컨대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판단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파악될 수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감정이 생각과 판단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은 16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코끼리의 행동, 즉 감정에 맞춰 기수, 즉 이성이 사후에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둘째와 셋째는 사람들은 낯선 것을 거부하고 익숙한 것을 수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첫인상이나 첫 정보의 효과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부정적 잔재물이 더 두드러지게 부각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여섯째는 부정적 정보로 인한 생겨난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일곱째는 사람들이 불편한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덟째는 사람들이 실제와 달리 잘 또는 많이 안다고 과신한다는 것이다. 아홉째는 사람들이 바라는 바대로 믿으려고 하고 추리한다는 것이다. 열째는 정보 과잉 속에서 사람들이 인지적 편함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열하나째는 사람들이 쉽게 떠오르는 정보에 따라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열둘째는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에 맞추고 앞선 감정에 따르고 기존의 믿음에 부합하는 것만을 편향적으로 확인하려 한다는 것이다. 열셋째는 사람들이 우리와 그들을 구별하고 집단소속감에 따른다는 것이다. 열넷째는 사람들이 공격받을 때는 도덕적 방어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열다섯째는 사람들이 동조 압력에 노출되어 있고 다수를 추종하려 한다는 것이다. 열여섯째는 스토리 자체가 좋으면 그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16가지의 인지 메커니즘은 그 자체가 옳고 그름의 규범 평가 영역에 있지 않다. 인간의 인지에 내재한 요소의 작용을 서술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치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할지는 독자에게 달려 있다. 혐오의 확산에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모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