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심재웅 미디어학부 교수
2022.08.12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장애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미디어 산업에서 장애인의 위치와 그들의 미디어 노동은 어떠한가? 미디어 속에서 그려지는 장애인은 대부분 부정적이며 차별적인 고정관념이 지배적이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에 관한 내용분석 연구에서는 장애인을 측은하고 불쌍한 존재, 초인적 존재, 사악하고 범죄적인 존재, 죽는 것이 나은 존재, 스스로가 최악의 적인 존재, 짐이 되는 존재, 성공한 삶을 살 수 없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장애인에 관한 뉴스는 의료적 프레임(장애를 질병이나 불능으로 표시), 사회병리학 프레임(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권리가 아닌 시혜로 간주), 슈퍼 장애인 프레임(초인적인 특별한 존재), 비즈니스 프레임(장애인은 사회와 기업에 비용을 높이는 존재)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미디어는 이러한 장애인의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반복해서 재현하고 있다.
최근 지하철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장연(전국장애인철폐연대)은 대표적인 혐오 집단이 되었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요구라는 본질은 은폐되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시민에게 불편만 가중시키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슈를 제대로 전달하고 공론의 장으로 역할을 해야 하는 미디어가 장애와 관련해서는 그런 기능을 상실한 것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미디어는 장애에 대한 학습, 경험, 논쟁이 발생하는 장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장애를 접하는 주요 지점이면서 장애 이슈의 구성을 지배하는 도구로 규정한다.
저자들은 지금까지 장애인은 부정적 이미지와 언어, 고정관념과 낙인으로 고통과 차별을 받아왔다고 지적하면서도 미디어와 장애에 관한 학술적 연구와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장애 인식 개선과 부정적 태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미디어에 더욱 접근할 수 있는 환경과 더 많은 미디어 노동의 주체가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2020년 말 기준, 국내 등록장애인은 전체 인구(5,183만여 명) 대비 5.1%(263만 3천 명)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만 4천 명이 증가했다. 장애인을 신체나 정신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개인, 활동, 사회, 환경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수반하는 개념에서 본다면 국내 장애인의 수는 더욱 많을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개념, 장애와 관련한 논의의 장, 장애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한 노력이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장애인의 미디어 노동 현실은 매우 척박하다. 미디어 산업의 장애인 고용 기회가 부족하며, 장애인 개인 및 집단이 숙련된 미디어 노동자가 될 수 있는 각 기회도 부족하다. 장애인의 미디어 노동에는 접근성 문제가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들은 레거시 미디어를 넘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등장과 SNS에서 희망을 찾는다. 장애인 블로그와 블로거들은 그들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기술적 유연함을 토대로 접근과 참여의 기회가 확장되면서 장애인은 스스로 미디어에 대한 참여와 생산, 유통의 전면에 나서기 쉬워졌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소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드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알 수 없다. 미디어학이 더욱 장애에 관심을 보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미디어에서 장애가 중요한 이유와 장애와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장애에 관한 미디어의 역할을 충실하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향후 장애와 미디어의 상호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방향과 과제를 이해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