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월례발표회
들뢰즈-과타리의 ‘연합 환경’ 개념 ― 생태적 전환을 위한 새로운 환경 개념을 찾아서

발제 : 경혜영 (HK연구교수)


비인간 혐오 분과에서는 현재 인류세 및 AI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본 연구는 그중에서도 인류세와 관련하여 비인간 혐오가 일어나는 지점들을 살펴보고, 이와 연관되는 인간중심적인 환경(Environment) 개념에 이의를 제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제안으로서 들뢰즈-과타리의 철학에서 발견되는 ‘연합 환경’ 개념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비인간 혐오와 관련되는 주요 개념들은 크게 혐오 정동과 연관되는 것들과 비인간 개념과 연관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혐오 정동은 스피노자의 철학과 연관하여 볼 때, 혐오 또는 증오와 사랑이라는 상반된 정동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본능적, 본성적, 자연적인 혐오와 사랑인 개체적 역량 및 부분적 상호영향의 경향과 사회적, 정치적, 교조적인 집단적 역량 및 상대적으로 전면적인 상호영향의 경향으로 구분될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혐오는 사회적, 정치적, 교조적 측면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정동이 선별과 배제의 원리를 따르는 지배 권력(국가)이나 욕망과 돈의 일치, 소비와 소유의 일치, 파괴와 발전의 일치를 주도하는 자본의 논리, 소위 전 세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의 방식을 추종하는 사람들인 다수자의 이데올로기와 연관될 때, 혐오가 조작되어 유포된다는 점에 있다.


다른 한 편, 비인간 개념에 관해 살펴보자면, 혐오 정동이 비인간을 만나게 되는 지점을 탐색할 때, 우리는 비인간 개념을 이중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비인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내용상 non-human에 해당하는 것과 in-human에 해당하는 것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Non-human은 인류 또는 인간 종이 아닌 모든 것, 즉 사물(인공물, 쓰레기), 유기체(동물, 식물, 균, 바이러스), 지구 행성(대기, 바다, 땅), 요소(분자, 입자)라 할 수 있는 반면, in-human은 우리 인간에게 고유한 것과 친숙한 것, 길들임, 공감, 이해, 교감, 지각 등을 벗어나는 것, 그래서 인간 이하 또는 인간 이상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을 포괄한다. 따라서, 우리는 비인간 혐오를 간략하게 ‘비인간(인간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인간의 혐오’라 말할 수 있다.


인류세와 관련해서 우리는 어떤 비인간에 대한 인간의 혐오인가를 물어야 한다. 인류세라는 것이 주로 기후 위기, 즉 지구 온난화 및 환경 오염과 연관된다. 환경, 생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서로 긴밀히 연관되는 개념 그룹은 인류세의 관점에서 주로 인간의 활동이 끼치는 지구 행성적 차원의 영향을 문제 삼기에는 인간중심주의, 인류중심주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에서 불충분하다. 


특히 환경(環境)의 영어 어휘인 environment는 야콥 폰 윅스퀼의 개념인 독일어 Umwelt나 프랑스어 milieu와의 비교를 통해 재성찰될 필요가 있다. 윅스퀼의 Umwelt는 주체와 대상의 상호작용에 중심을 두고 주체 개념을 인간에서 모든 생명체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생태적 관점을 취하고 있으나, 여전히 지향성이나 주체에게 의미 있는 세계라는 윅스퀼의 해석적 원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닫힌 체계라는 문제가 있다. 반면, 프랑스어 milieu는 ‘둘러싸다’라는 동사적 의미를 전혀 갖지 않으며, 특히 들뢰즈-과타리의 ‘연합 환경(milieu associé)’은 윅스퀼의 Umwelt 개념을 열린 체계로, 인간과 동식물에 한정되지 않는 비인간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주의(perspectivism)에로 이끈다는 점에서 인류세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 보다 적합한 개념일 수 있다.